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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 단어로 돌아온 후기
설문지를 받아 들고 잠시 들여다봤습니다. 여섯 개의 질문에 이분이 적은 글자는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. 걱정을 묻는 칸에 “보험”, 병원의 인상을 묻는 칸에 “깔끔, 친절”. 나머지 칸은 대부분 비어 있었습니다.

빈칸이 많은 설문이 성의 없는 설문은 아닙니다. 원래 말수가 적은 분이 계시고, 할 말을 고른 끝에 단어만 남기는 분이 계십니다. 다만 그 단어들 사이의 맥락은 진료실에서 마주 앉았던 제가 채울 수 있을 것 같아, 오늘은 그 여백을 대신 적어봅니다.
첫 번째 단어, "보험"
수술을 앞두고 가장 걱정됐던 것을 묻는 질문의 답이었습니다. 통증도, 흉터도 아닌 보험.
실제로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주제입니다. 여유증 수술은 일정한 진단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. 다만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, 검사와 진료를 통해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. 이분도 상담에서 그 부분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음 걱정으로 넘어가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. 걱정 칸에 적을 말이 하나 줄어든 셈입니다.
두 번째와 세 번째 단어, "깔끔, 친절"
병원의 첫인상을 묻는 칸에는 이 두 단어가 나란히 있었습니다.
쉼표 하나를 사이에 둔 두 단어가, 이분이 병원에서 보낸 시간의 요약일 겁니다. 공간이 깔끔했고, 사람이 친절했다. 긴 문장으로 풀어 쓴 칭찬보다 이런 압축이 오히려 정직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.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 말하는 분의 화법 그대로입니다.
그리고 한 문장, "고민 말고 하세요"
내내 단어로만 답하던 분이,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 남길 말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서 처음으로 문장을 적으셨습니다.
“고민 말고 하세요.”
말을 아끼던 분이 유일하게 문장으로 남긴 답이라, 저도 한 번 더 눈이 갔습니다. 다만 이것은 수술을 마친 이분의 경험에서 나온 말입니다.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지, 어떤 방식이 맞는지는 진료를 통해 본인의 상태를 확인한 뒤에 판단할 일입니다.
여백까지가 후기입니다
세 단어와 한 문장. 이분의 설문은 그게 전부였지만, 저에게는 부족하게 읽히지 않았습니다. 걱정하던 것이 정리되었고, 병원에서 보낸 시간이 나쁘지 않았고, 그래서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한마디를 남길 마음이 생겼다는 것. 후기의 뼈대는 다 들어 있었습니다.
긴 말이 어려운 분이라면, 진료실에서도 단어만 꺼내셔도 됩니다. 그 사이의 맥락은 저희가 묻고, 확인하고, 채워드리겠습니다.

- · 흉부외과 전문의/의학석사
- ·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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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·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전공의
- ·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전임의
- · 前 일산동국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
- ·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 정회원